자작시 4

필연 - 자작시

깨진 유리처럼 잔인한 필연의 축제에 눈물 흘리지 않을 사람 누가 있겠으랴 얘야, 모든 것은 필연이란다. 그렇지요 스승님, 그래도 눈물이 납니다. 자꾸 눈물이 납니다. 그러면 울거라. 울어야 할 때 우는 것도 필연이겠지. 스승님, 얼마나 울어야 눈물이 나지 않습니까? 나도 모르겠구나. 끝나지 않는 슬픔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면 속으로 울며 살아가는 거란다. 유리 조각 삼킨 듯 속으로 아파하며 살아가는 거란다. 누구나 가슴에 유리 조각이 있는 거란다. 그걸 함부로 빼려고 하다간 다치곤 하지. 스승님, 유리 조각이라도 제 마음에 남아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간직할 것이 있어 다행입니다.

예술 Art/시 2022.07.07

나비를 기다리며 - 자작시

투둑 투둑 꽃망울에 맺힌 이슬이 떨어집니다 나비가 오지 않아 슬픈 꽃은 나비를 기다리며 꽃망울 속으로 눈물을 훔칩니다 언젠가 봄이 오면 나비를 위해 준비한 예쁜 꽃 피워야 하기에 꽃망울 속으로 눈물을 훔칩니다 이번 봄은 오시라고 이번에 오지 못하면 다음 봄에라도 오시라고 터뜨리지 못한 꽃망울 이슬에 젖어 마음의 멍울 되기 전에 꼭 오시라고 투두둑 아무도 없는 새벽녘에 슬픈 이슬 떨어집니다

예술 Art/시 2022.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