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철없이 해맑고 친절한 아가씨의 배웅을 뒤로 하고 차에서 내려 17호 빈소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찰칵거리는 소리와 흐느끼는 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기자랑 팬들이 벌써 왔나봐.” 재영이가 말한다. 빈소에 가까워지자 입이 바싹 마르기 시작한다. 장례식장에 오면 항상 그렇다. 실수를 할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악의를 갖고 장례식장에 찾아오는 인물이 몇이나 되겠는가. 되려 그런 악의를 갖고 장례식장까지 친히 찾는 이가 있다면 고인의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 볼만하다. 그러므로 장례식장에서는 ‘저는 이렇게 도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하고 남은 이들을 위해 꽤나 예의를 차려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에는 마음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일이 있다. 돈으로, 시간으로 마음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