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음식 11

팔도 비빔면

인스턴트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은 라면을 먹는데, 주로 국물을 따라내고 소스나 스프에 비벼 먹는 라면이나 '멸치 칼국수'처럼 국물이 하얀 종류를 먹는다. 일반적인 라면은 잘 먹지 않는 것이다. 오늘은 많고 많은 라면들 중에서 내가 종종 먹는 팔도 비빔면에 대해 써보겠다. 팔도 비빔면은 1984년부터 생산 된 우리나라 첫 번째 비빔면이다. 당시에는 면을 익혀 찬 물에 헹군 뒤에 소스에 비벼 먹는다는 방식이 생소했던지라 사람들에게 조리법을 각인시키기 위해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하는 CM송을 제작했다고 한다. 회사의 노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팔도 비빔면은 특유의 소스 맛 때문에 가끔 생각이 난다. 비빔면 점유율은 단연 팔도가 1위이지만 요즘 새로운 경쟁자로 '진비빔면'이 부상..

잔치국수

자취를 할 때는 육수가 필요한 음식을 만들어 먹기 어려운 것 같다. 육수를 만들 때는 자취생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식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얼려 두고 필요할 때 쓸 수 있고, 육수를 잘 활용하면 음식이 훨씬 맛있어지기 때문에 육수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멸치 육수 만들기준비물: 다시 멸치, 다시마, 양파나 대파, 무(주 재료는 아니므로 있으면 넣고, 없으면 안 넣는다), 물 많이눈치 챘겠지만 넣고 끓이면 '시원~'한 맛이 날 것 같은 재료를, 향 조합에 유의하여 골라 넣어주면 된다. 1. 재료를 준비한다.2. 물에 재료를 넣고 끓인다.3. 물이 끓으면 40분 정도 더 끓인다. 좀 더 정성스럽게 끓이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렇게만 만들어도 충분히 맛있다.이 방법은 멸치를..

핵폭탄과 유도탄들: 식빵과 계란물

아기공룡둘리 라면송 | 핵폭탄과 유도탄들: 라면과 구공탄 포슬포슬 포슬포슬 맛좋은 식빵 식빵이 있기에 세상 살맛나 하루에 열개라도 먹을 수 있어 냠냠 챱챱 냠냠 챱챱 맛좋은 식빵 (먼저 먼저 버터 먼저) 맛좋은 식빵은 뭐에다 먹어 계란물에 먹어야 제맛이 나네 포슬포슬 포슬포슬 맛좋은 식빵 냠냠 챱챱 냠냠 챱챱 맛좋은 식빵 식~빵~ (먼저 먼저 버터 먼저) 식~빵~ (먼저 먼저 버터 먼저) 만두의 친구가 찐빵이듯이 식빵의 친구는 계란물이네 그래도 식빵은 맛좋은 식빵은 계란물에 푹적셔서 구워야 제맛 계란물에 푹적셔서 구워야 제맛 (먼저 먼저 버터 먼저)

깍두기김치볶음밥

집에 있는 김치를 어떻게 요리할까 생각했다. 김치찌개를 끓일까 생각했지만 김치찌개는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요리도 아닌데다가 육수를 낼 재료도 없어 그냥 김치볶음밥을 하기로 했다. 김치볶음밥 - https://optimal-soup.tistory.com/66김치볶음밥요리 초보인 나에게 김치볶음밥은 ‘맛있게’ 만들기 어려운 음식이다. 만들 때마다 엄마가 해주신 맛이 안 난다. 내가 김치볶음밥을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준비물: 기름, 파, 김치, 참치, 계optimal-soup.tistory.com위 글에 나온, 어머니의 조언을 수용한 레시피대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김치를 잘게 자르고 기름을 충분히 둘러서 달달 볶았다. 사골국과 함께 먹고 남은 깍두기도 있어서 깍두기도 잘라서 볶았다. 이때, 설탕을 넣어..

월남쌈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이 뚜렷한 음식들이 있다.월남쌈도 그러한 음식 중 하나이다. 월남쌈을 처음 본 것은 초등학생때다. potluck party에서 누군가 월남쌈 재료를 가져온 것이다.나는 그 재료들 중 '라이스 페이퍼'라는 것에 온 관심이 사로잡혔다. 사람들은 투명하고 딱딱한 얇은 판을 하나씩 집어 물에 넣었다. 그러면 이내 그 판은 말랑해지면서 비닐막 같이 변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말랑하게 변한 그것 위에 각종 재료를 올려 먹음직스럽게 싸서 먹었다. 과연 무엇에다가 싸먹는 것인지 그 이름을 알고 싶었지만, 처음 보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아 이름을 물어보지 않은 채 사람들 틈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그 재료의 이름이 '라이스 페이퍼'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집에서 김치찌개, 부침개, 닭볶음탕, 수제..

카레밥

나는 카레를 좋아한다. 카레만의 풍부하고 진한 향이 마음에 든다. 인도 커리도, 일본 카레도, 한국 카레도 모두 좋다. 인도 커리를 제일 좋아하며 그 다음으로는 한국 카레, 마지막으로는 일본 카레를 좋아한다. 하지만 접근성 때문에 가장 많이 먹는 카레는 단연 한국 카레이다. 집에서 카레 가루를 넣고 각종 채소와 함께 끓여먹는 소박하고 평범한 카레 말이다. 카레는 가정에서 매우 흔히 먹는 음식이지만 카레에 들어가는 재료는 집집마다 다르다. 가장 흔히 들어가는 재료는 바로 감자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가장 흔한 재료는 아마 양파인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당근이 가장 흔하지 않나 싶다. 우리집 카레의 특색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감자, 양파, 당근 이외에도 노랑빨강 파프리카를 넣는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우리..

오트밀

우리는 해 보지 못한 일들에 아쉬움과 기대를 갖고 있다. 한 마디로 을 갖고 있다. 가령 자취에 대한 환상, 대학 생활에 대한 환상이 있다. 오트밀로 아침을 먹는 것은 내가 가진 환상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나의 어머니는 식사를 매우 귀중하게 생각하는 분이다. 자취를 하기 전에는 하루 세끼 꼭 든든히 챙겨 먹었다. 우리 집에서 아침을 빵이나 과일, 시리얼 따위로 때우는 일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다. 20년 이상을 그렇게 살았으면서도 매일 든든한 아침을 먹는 일은 달갑지만은 않았다. 나는 늘 가볍고 간편한 아침을 원했다. 자취를 하면 아침에 요거트와 과일을 곁들인 오트밀을 먹고 싶었다. 왜 오트밀이었는가, 하면 일단 시리얼은 어딘지 매일 먹기에는 질리고 너무 달았다. 자취를 한 뒤 처음 며칠 동안은 아..

김치볶음밥

요리 초보인 나에게 김치볶음밥은 ‘맛있게’ 만들기 어려운 음식이다. 만들 때마다 엄마가 해주신 맛이 안 난다. 내가 김치볶음밥을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준비물: 기름, 파, 김치, 참치, 계란, 찬 밥 1. 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둘러 파 기름을 낸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파 기름을 내나 안 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2. 미리 잘라 둔 김치를 파 기름에 볶는다. 나는 이때 설탕을 넣지 않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설탕을 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기도 하다. 3. 김치가 거의 다 볶아지면 참치를 넣고 볶는다. 4. 밥을 넣어 볶는다. 5.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 올린다. 내 집의 익덕션은 1구이기 때문에 계란 후라이는 미리 만들거나, 김치볶음밥 가운데에 구멍을 만들어 계란 후라이를 만든다. 조리 방법..

토마토 스파게티

자취를 하고 내 손으로 처음 만든 음식은 토마토 스파게티이다. 물론 판매되는 소스를 사서 만든 것이긴 하지만 직접 채소를 고르고 송송송 썰어 만들었다. 요리에는 그 나름의 재미와 뿌듯함이 따라오는 것 같다. 프로그래밍을 할 때도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기쁨이 따라온다. 그러나 요리의 기쁨은 그러한 기쁨과 일면 유사하면서도 약간 다른 것 같다. 요리를 할 때면 내가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게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인지 스스로가 무능하고 무력해보일 때면 요리가 더욱 뜻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면은 두부로 만든 두부면이다. 면은 일반 밀가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