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음식

월남쌈

공부할 것이 많구나 2021. 1. 14. 01:14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이 뚜렷한 음식들이 있다.

월남쌈도 그러한 음식 중 하나이다.

 

월남쌈을 처음 본 것은 초등학생때다. potluck party에서 누군가 월남쌈 재료를 가져온 것이다.

나는 그 재료들 중 '라이스 페이퍼'라는 것에 온 관심이 사로잡혔다. 

사람들은 투명하고 딱딱한 얇은 판을 하나씩 집어 물에 넣었다. 그러면 이내 그 판은 말랑해지면서 비닐막 같이 변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말랑하게 변한 그것 위에 각종 재료를 올려 먹음직스럽게 싸서 먹었다. 과연 무엇에다가 싸먹는 것인지 그 이름을 알고 싶었지만, 처음 보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아 이름을 물어보지 않은 채 사람들 틈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그 재료의 이름이 '라이스 페이퍼'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집에서 김치찌개, 부침개, 닭볶음탕, 수제비 같은 음식만 먹던 내게 라이스 페이퍼란 신선하고도 충격적이었다.

식감하며, 물에 넣으면 변형되는 것까지 참 신기했다. 또한, 이름이 라이스 페이퍼인 것을 보아 쌀로 만들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렇게 특별한 재료로 만든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여지껏 몰랐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날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라이스 페이퍼라는 것을 먹어봤다고 자랑했다. 원래는 딱딱한데 물에 넣으면 말랑 말랑해지는 게 있다며 신인류를 발견한 사람처럼 그렇게 한참을 떠들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이 세상에 참 다양한 음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월남쌈이라는 게 너무나 익숙해졌고, 라이스 페이퍼의 식감마저도 더 이상 특별할 데가 없다. 하지만 월남쌈을 준비하며 라이스 페이퍼를 보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다. 라이스 페이퍼 하나에 세상이 이렇게 넓구나, 하며 놀라고 그 이름 하나에 자존심이 상했던 어린 시절 말이다.

 

 

월남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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